[Global, 1] Neflix
[0. Introduction]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의 합성어로 1997년 '리드 헤어스팅스'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올해로 28주년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꽤나 놀랍다. 넷플릭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몇 년이 채 안됐다. 10년 전 주가와 비교했을 때 1500%의 엽기적인 주가 상승률을 본다면, 넷플릭스의 인기가 디지털화의 시대적 소명에 맞추어 급격하게 상승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30년 가까이 되는 넷플릭스의 존립기간동안 넷플릭스는 어떠한 전략적 변화를 취했을까? 리드 헤어스팅스는 왜 넷플릭스를 창업하였을까?
[1. DVD by mail, with Hollywood]
넷플릭스는 '우편 DVD 배달 서비스'로 출발하였다. 199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룬' 등 거장의 영화들이 할리우드의 물결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를 제공하는 극장은 부족한 실정. 이에, 영화 배급사는 '부가 판권'에 주목하였다. 즉, 영화관 상영 이외에 VCR 판매를 통해 부가적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VCR 서비스는 주로 '대여'를 통해 이루어졌다. 헤어스팅스도 어느 날 VCR를 대여하였는데, 반납을 깜빡하여 $40 연체료를 지불하게 되었다.
- 혁신적인 고객 경험, 그러나 가격 문제를 이기지는 못했다.
이와 같은 시스템에서 문제의식을 느낀 헤어스팅스는 '자신이 직접 VCR 대여 사업을 만들겠다'라는 다짐을 하였다. 기성의 VCR 대여 시스템은 너무 불편하고, 연체에 대한 부담이 따랐다. 또한, 부가 판권 시장이 VCR에서 DVD로 바뀌는 상황에 주목하여, 인터넷으로 DVD를 '주문'하여 우편 배달 받고, 이를 '우편함'을 통해 쉽게 반납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해당 사업 모델은 먼저 두 가지 측면에서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Point - 1. 우편 배송 시스템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대여, 반납>의 번거로운 프로세스를 해결
Point - 2. 콘텐츠에 붙지 않는 광고
Point - 1을 메인으로 여겨 넷플릭스의 초기 모델을 고평가했을 때, 나는 해당 단계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기한다.
Point - 3. 우체국을 broker로 활용했을 때 늘어날 cost
Point - 4. 반납이 늦었을 때, 연체료를 지불해야하는 시스템은 기성의 대여 시스템과 동일
Point - 1은 높은 cost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사용료를 인상시킬 수밖에 없으며, 국가기관이며, 우편 배달을 위해 존립하는 '우체국'이 넷플릭스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지에 대한 risk도 존재했을 것이다.
Point - 2가 가장 큰 넷플릭스의 취약점이었다. 이미 그 당시 연간 $3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던 비디오 체인점 '블록버스터'의 사업 모델과 견주어보았을 때, 연체료를 지불해야한다는 구조는 똑같았다. 시장에 너무나 큰 경쟁자가 존재했고 '편의성' 측면에서는 넷플릭스가 앞섰으나, 고객 여정 속 '가격 지불' 단계에서의 차이는 없었다.
즉, 고객의 지갑을 다른 방식으로 여는 '뾰족한 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위와 같은 방식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다.
- 대여 모델이 아닌, 구독 모델이 탄생한 순간.
연체료로 Growth를 그리지 못한 넷플릭스는 판매 방식을 '대여'에서 '구독'으로 바꾸어, 수익 구조를 통째로 바꿔버린다. 일정 구독료를 납부하면, 한 달 동안 DVD를 무제한으로 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연체료를 줄이고 고정적인 매출흐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들었다.
Point - 5. 받은 DVD를 구독 기간에 반납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이에 넷플릭스는 고묘한 전략을 사용한다. 바로 받은 DVD를 반납하지 않으면, 다음 DVD를 받아볼 수 없다는 것. 즉, 인당 보유 DVD의 흐름을 1개로 고정시켜, 수익과 비용의 계산이 예측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했다. 다른 DVD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 보고 있는 DVD를 빠르게 보고 반납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DVD 공급의 유동성을 안정되게 했다.
이는 폭발적인 인기를 가져왔다. 배너 광고를 클릭한 사람의 90% 이상이 신용카드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가입자 수가 늘었다. 그러나 '첫 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 탓에 매출이 나중에서야 발생했다. 일종의 매출채권 항목이 증가하였고 이는 적자를 가져왔다.
이에 2000년대에 들어서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에 매각하기로 결정하지만, 블록버스터는 이를 거절했다. 헤어스팅스는 그 후 턴어라운드 전략을 수립하여 '넷플릭스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자사의 상황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 DVD 구독 모델에서의 핵심은 어디인가.
시장을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다. 인구 수, 성별 등 다양한 기준이 이에 해당된다. 그 중 헤어스팅스는 '지역'에 대해 고민했다. 고객 중 상당수가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했다. 왜, 샌프란시스코일까. '샌프란시스코에 본사가 있어서', '샌프란시스코에 IT 기술자가 많아서', '영화가 많아서(그럼 LA이였겠지)', '여가를 즐길 부유한 사람이 많아서(그럼 뉴욕이였겠지) 등의 다양한 가설이 나왔다. 그러나 모두 정답이 아니였다.
정답은 바로 '유통 과정'에 있었다. DVD를 가장 빠르고 많이 유통할 수 있는 유통센터가 센프란시스코에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일일 배송이 가능했고,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똑같은 가격으로 DVD를 구독하는데 배달 시간의 차이가 있다면,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이에 헤어스팅스는 다음과 유통 센터를 전국 각지에 고루 분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였고, 미국 각주에 유통센터를 건립한다.
이는 현 시대의 배달, 유통 비즈니스에도 큰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빨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퀵커머스'라는 말이 있듯이, 유통 채널을 혁신하여 빠르게 배송(배달)하는 쿠팡이 e커머스 식당을 독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송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면, 더욱이 고객 혜택이 무차별해야하는 구독 서비스라면 빠른 배송은 필수였다. 헤어스팅스는 시장의 반응을 지역으로 나누어 관찰하고 그것의 이유를 파고들었다.
더하여, 사용자가 온라인으로 DVD를 고르는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맞춤형 콘텐츠' 제공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대여한 DVD의 유형을 분석하여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은 그 당시에 획기적이였으며, 구독료를 지불했기에, 다음 작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고객 경험'을 완벽하게 관통하였다.
그렇게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002년 IPO를 진행하며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2. 넷플릭스는 이제 스트리밍 비디오 회사로 거듭날 것입니다]
2010년 12월 리드 헤어스팅스는 스트리밍 회사로의 변화를 꾀한다. 전통적인 TV 시청과는 다르게 일정 구독료를 받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넷플릭스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대표적 전략을 내세웠다.
Point - 6. 몰아보기(Binge-watching)
Point - 7. 자체 콘텐츠 제작(Neflix Original Contents)
- 몰아보기(Binge-watching): 콘텐츠를 집중해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다.
기존의 비디오 매체는 한 주 혹은 더 긴 텀을 두어 차례로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이유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특징 때문이다.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대부분 시간이 여유로운 주말에 집중적으로 시청하고 주중에 입소문을 퍼뜨린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고객 경험을 데이터로 분석하여, '몰아보기(폭식과도 같은)'에 대한 상당한 수요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에 기반한 일시 공개 콘텐츠를 제작한다.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TV 시청에 관한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당 한 회차를 시청하는 것 대신 시리즈 전체를 몰아 봄으로써 평균적으로 1주 안에 시즌 하나를 전부 시청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2016.06.09 Neflix -
넷플릭스는 고객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여, 몰아보기를 하는 콘텐츠와 그러지 않는 콘텐츠의 특징을 구분하였다. <워킹 데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와 같이 높은 박진감과 몰입감을 자랑하는 콘텐츠는 몰아보기 스케일이 크게 나타났다. 반변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콘텐츠는 긴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정기적으로 감상하는 콘텐츠로 여겨졌다.
넷플릭스는 일시 공개를 통해 각자 취향에 맞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몰아보기는 인지도의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한 번만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구독만 이어간다면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콘텐츠이다. 즉, 넷플릭스는 인지도의 지속력보다, 파급력에 주목하여 '빠르게 전편을 흡수하고 입소문을 퍼뜨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Samba TV는 시즌을 일괄적으로 출시(Releasing a season in bulk )하면 사람들이 시즌 전체를 시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는 출시 당시 덜 주목 받았지만, 더 창의적인 작품의 경우(ex 오징어 게임)에 강한 효과를 낸다.
- 자체 콘텐츠 제작(Neflix Original Contents) :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화 전략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화 전략을 꾀했다. 2010년대 넷플릭스가 성장한 뒤로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 등의 스트리밍 경쟁사가 대거 등장했고, 특히 디즈니와 같이 영화 제작과 유통을 함께 하는 기업의 경우 스스로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자사 유통 채널을 통해 선보였다. 이로 인해,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계약을 따내야했던 넷플릭스는 위기에 봉착했다. 어마어마한 계약금을 주며, 계약을 연장하기 바빴으며, 인기 있었던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는 전부 위와 같은 이유로 더 이상 서비스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넷플릭스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마케팅, 제작 등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했기에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한 작업이었으나, 콘텐츠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라이센스 이슈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는 불가피했다.
넷플릭스는 크게 두 가지의 방식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했다.
Point - 8.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기묘한 이야기, 킹덤 등)
Point - 9. 외부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지만 넷플릭스에서 독점적인 라이선스를 사드린 콘텐츠(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넷플릭스는 드라마, 다큐, 영화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어 출시하였다. <아메리칸 팩토리>, <화이트 헬멧>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주제를 콘텐츠로 담아내었다. 비인기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콘텐츠의 폭을 넓혀, 모든 장르에 도전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취향 그룹'을 활용한다. 단순히 시청 인구 분석, 트렌드 분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시청 데이터를 엄밀히 분석하고 이를 '취향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의 특징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작한다.
또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넷플릭스는 해외 각국에 진출하기 위해 그 나라에 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펼쳤다. 스페인의 <엘리트들>, 브라질의 <3%>가 그 예시이다. 이러한 현지에서의 성공은 자연스레 본국에서 또한 높은 인지도를 기록하였다. 한국의 <킹덤>도 조선시대의 좀비 호러극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의 현지 모습에 외국인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이렇듯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통해, 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현지화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그 외에도 장난감, 게임 등의 부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디즈니 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같은 테마파크로의 확장 가능성 또한 열어주었다.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미래 넷플릭스의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다.
[3.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
넷플릭스는 엄밀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 사업 때부터 고객 맞춤 콘텐츠 추천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넷플릭스 안에서 콘텐츠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VOR를 단편으로 구매하는 경우, 우리는 원하는 작품이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을 구매하여 시청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 관계를 완전히 역전시켜버렸다. 우리는 대부분 볼 게 없을 때 넷플릭스를 들어가 콘텐츠를 탐색한다.
고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예측'하여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고안해낸 것이다. 이를 '시네매치'라고 부른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가 수집하는 데이터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청 시간, 콘텐츠의 일시 정지 타이밍, 몰아보기 시간, 평균 탐색 시간 등 고객의 모든 움직임이 넷플릭스의 전산에 기록된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시네매치는 UX 개선과도 관련이 있다. 넷플릭스는 약 20~30개의 다양한 콘텐츠 썸네일을 고객의 특성에 맞게 맞춤으로 제공한다. 또한 넷플릭스의 홈 메인 화면을 고객에 따라 다르게 제공하는 UI를 통해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유일한 넷플릭스'를 구축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모든 여정은 결국 UX를 향상시킨다. 고객이 넷플릭에 접속한 순간부터,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그 여정이 시간과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르게 제공된다. 고객은 자신의 취향그룹에 따라 '최고의 작품'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추천받게 된다.
[4. 위기의 순간들]
넷플릭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OTT 시장의 굳건한 1등을 지키고 있지만, 마주했던 숱한 어려움들이 있었다.
- 스티븐 스필버그: "확실히 좋은 쇼라면, 에미상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아카데미상은 받을 자격이 없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그저 몇 개의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릴 자격이 없다"
넷플릭스는 우수한 콘텐츠를 공급함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칸 영화제 등의 국제 시상식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홀드백'을 지키지 않는다는 영화계의 반발에 더불어, 극장 상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대에 설 자격조차 없었다. 이에 넷플릭스는 직접 극장을 매입하여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뉴욕의 유명한 '파리극장'을 매입하여 콘텐츠를 제공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멀티플렉스사와 협력하여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질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양이 방대해진다면, 넷플릭스가 일종의 '영화관 브랜드'로 확장되어 영화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영화 시청 방식에 입각한 기성 영화계의 반발에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영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여기 우리가 사랑하는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 영화를 볼 여유가 없거나, 극장 없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상영
- 누구나 어디서나 신작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권리
- 영화 제작자에게 영화를 사람들과 공유할 더 많은 기회
영화 사랑과 이런 것들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 Neflix -
'고객이 원하는 영화를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이라는 비전을 가진 넷플릭스는 스스로가 영위하는 업의 본질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어쩌면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수많은 경쟁자들 역시 넷플릭스가 그리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잘 실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 최고의 인재를 모아 최고의 성과를 낸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 사업 시절 낮은 수준의 스킬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채용하였다. 그 이유는 업무 자체가 단순했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 10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 100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같기에, 더 많은 인원으로 단순 반복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회사를 구성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911테러를 거치며 많은 인원을 해고해야 했을 때, 헤어스팅스는 인재 채용 전략을 바꾼다. 헤어스팅스는 위기 상황을 돌파할 아이디어는 'A급 인재'에서 나온다고 판단하였다. 하여, 다음과 같은 기업 문화를 문서를 발표하였다. 이는 현재까지 실리콘벨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로 꼽히고 있다.
넷플릭스 기업 문화
1. 최고의 인재가 모여 최고의 성과를 낸다.
2.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직원들에게 자유를 허용하며 쓸데없는 규칙은 없앤다.
능력 위주의 채용, 엄격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해고의 공포, '형식'이 아닌 '맥락'에 따라 넷플릭스에 '득'이 되는 방향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한 근무 문화를 선보이며 유연하고 똑똑한 조직 시스템을 구축해나갔다. 자율성이 상당히 강한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했다. 헤어스팅스 본인이 대표로서 군림하기보다는 직원의 한 명으로서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직원들을 이끌었다. 2000년대 초반의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를 '인재'에서 찾은 헤어스팅스, 위기때마다 '인재'가 회사를 더 키웠다는 그의 생각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 DVD 대여와 비디오 스트리밍 그 사이
넷플릭스는 2023년 9월 29일을 마지막으로 DVD 대여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궤도에 오른지 꽤 오랜 기간이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넷플릭스는 두 가지 사업 모델을 오랫동안 병행한 것이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2010까지만 해도 DVD 대여 서비스의 가입자가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이 크게 성장했고 2017년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한 반면, DVD 대여 서비스의 가입자는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DVD 대여 서비스를 접지 않았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Point - 10. 높은 영업 이익률 (50% 이상)
Point - 11.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은 미국 일부 지역
두 가지 모두 DVD 대여 서비스가 존속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였다. 특히, 높은 영업 이익률은 DVD 대여 서비스를 넷플릭스의 든든한 cash cow로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과감한 발전을 위해 DVD 서비스가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말을 종종 해왔다. DVD 서비스에 신경을 쓰는 것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으며, 초기 사업을 놓지 못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여러 사례들을 언급하며, 스트리밍 서비스에 방점을 찍고 넷플릭스의 2막을 꾸준히 설계하였다.
특히,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에 비해 DVD, 블루레이 기술은 빠르게 구식되어 갔으며 넷플릭스를 애용하는 구독자조차 비DVD 대여 서비스가 존재하는 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와 같은 기업 분사가 시작된 2011년에는 기존 이용자들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 스트리밍 계정과 DVD 계정을 따로 만들어야 하며, 구독료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불확실한 넷플릭스의 비전에 월가조차 반대하였으며, 주가가 80% 이상 급락하였다. 하지만, 헤어스팅스는 이탈 고객을 잡기 보다,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위에서 언급한 '고객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여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2023년 DVD 대여 서비스를 접으며 해당 고객들에 대한 예의를 갖춘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우선, 해당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매입 의사를 밝힌 여러 기업들이 있었으나, 넷플릭스는 따로 매각하지 않고 사업을 정리하였다. 다음으로, 회원들이 DVD 대여 서비스를 추억할 수 있도록 DVD를 무료로 제공하였으며, 서비스 종료 이후 미반납한 DVD는 영구 소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넷플릭스는 지금의 넷플릭스를 존재하게 한 DVD 대여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과 최대한의 존중을 갖추어 다음과 같은 인사를 했다.
"지난 25년간 우리의 멋진 회원분들을 대상으로 '무비 나잇'(영화의 밤)을 선사할 수 있어 기뻤고, 영광이었다"
- Neflix -
[마무리. 매순간이 위기였고, 그 위기에서 즉각적인 교훈을 얻어 성장했다.]
넷플릭스는 과감한 결정을 반복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사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에 직면했지만, 그것을 기회로 더 큰 growth를 그려냈다. 넷플릭스를 '파괴적 혁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넷플릭스는 기성의 비디오 대여 업체에서 겪었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BM을 '살짝' 비틀었더니 큰 인기를 었었다. 넷플릭스는 사람들의 시청 습관을 분석하여 '몰아보기' 콘텐츠를 제공하였고 이는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의 것을 부수고 다른 각도에서 조금만 달리 보아도,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넷플릭스는 일련의 성장과정을 통해 증명해냈다.
동시에 넷플릭스는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들의 불편함과 니즈를 예측했다. 넷플릭스가 그리는 큰 비전을 뒷받침하는 기술력이 없었더라면 그저 '꿈만 꾸던 기업'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발전을 읽어내고 이를 미디어 콘텐츠에 접목하여 설득력있는 혁신을 만들어내었다.
물론 넷플릭스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넷플릭스의 상징과도 같았던 '몰아보기' 콘텐츠가 현재에 와서는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장은 고무적이긴 하나, 이것으로 인하여 넷플릭스 콘텐츠의 다양성이 저해되어서는 안된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로만 이루어진 서비스가 된다면, 넷플릭스의 '시네매치'는 무용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순간,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며 성장해온 넷플릭스에게 앞으로 마주하게 될 위기는 또 다른 혁신의 서막이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