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3] Disney
[0. Introduction]
애니메이터이자, 존경받는 경영자로 거론되는 '월트 디즈니'의 본명을 따 설립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는 1923년 창립 이후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포함한 종합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세계 최대 규모, 최고 인기를 구사하는 테마파크를 운영 중이다. 엔터테이먼트 업계 내에서 세계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디즈니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는 당시 미국인들의 희망, 꿈과 같은 상징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꿈'을 상징하는 디즈니의 명성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테마파크인 '디즈니 랜드'에 가보는 것은 아이들의 '소원'으로 여겨질 정도로 디즈니는 아이들에게 선망받는 브랜드이며, 이것이 지니는 브랜드 파워는 엄청나다. 한편, 디즈니의 애니매이션에는 '꿈'이 담겨있지만, 디즈니를 글로벌 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끝없는 산업 간 교류와 혁신을 통해 성장한 거대 IP 제국이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엔터 콘텐츠에는 디즈니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즈니는 엔터, 미디어 산업에서 엄청난 Global Value Chain을 구성하고 있다.
[1. 월트 디즈니의 꿈, 도전]
디즈니는 초기 애니매이션 제작회사로 시작했다. 월트는 애니매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꿈꾸고, 도전하라'라는 제작 원칙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성격의 캐릭터들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 꿈: 위대한 결과는 자유롭게 꾸는 '꿈'에서 시작한다
우선 훌륭한 애니매이션은 훌륭한 '아이디어' 속에서 나오고, 이는 '꿈'에서 기인한다고 월트는 보았다. 그 과정에서 월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스토리텔링'이었다. 꿈을 살아있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은 반드시 촘촘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의미있는 내용을 담고, 이를 신선하고 매력적인 방식으로 제공해야만 했다. 이 전 과정은 태초의 '꿈'이 잘 발현되기 위한 기초 작업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즉, 월트가 말하는 '꿈꾸다'라는 것은 그저 망상에만 젖는 것이 아닌, 꿈을 구체화하고 설계하고 '이야기화'하는 방식의 총 집합에 해당했다. 이에 기반한다면, 어떤 꿈을 꾸던 상관없다. 남들이 보았을 때 허무맹랑한 꿈이라 할 지라도 좋은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면 가치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었다. 이에 월트는 이매지니어링이라 불리는 창의적 모임을 만들어 스토리텔링을 정식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를 보여주는 일화로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디즈니 블리자드 비치' 워터파크가 있다. 이 워터파크는 '스키장 같이 눈으로 뒤덮인 워터파크를 만들 수는 없을까?' 라는 사소한 꿈에서 시작했다. 보통의 기업이었다면, 더워서 만드는 워터파크에 무슨 얼토당토 않은 컨셉이냐며 폐기 처분 했겠지만, 디즈니에서는 '못할 거 없잖아요?'라는 리액션과 함께, 디즈니의 정립된 스토리텔링 공식에 맞추어 환상적인 눈보라 컨셉의 워터파크를 만들어냈다.
아래는 '디즈니 블리자드 피치'의 스토리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 변덕스러운 겨울 폭풍이 플로리다에 폭설을 몰고 왔다. 그러자 한 사업가가 나타나 스키 리조트를 건설했고 사업은 번창했다. 그러나 날씨가 정상으로 돌아가자 눈이 모두 녹아내려 스키 슬로프는 폭포로 변했다. 이 폭포는 어찌 되었을까? 다행스럽게도 모험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물놀이 기구로 변신했다!
뭐든지 꿈꿀 수 있다는 디즈니의 철학은, 비단 애니매이션과 같은 예술 영역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전략이 필요한 현대의 모든 기업들은 '도약'을 위해, '혁신'을 위해 반드시 꿈꿀 줄 알아야 한다.
- 도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전할 용기
굳건한 꿈은 도전으로 이어진다. 꿈은 도전으로서 실현된다. 디즈니는 초기 50년간 회사를 견인해오면서, 예측된 위험을 감수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월트 자체가 타고난 모험가이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는 행동에 상응하는 근거를 확실히 만들었고 그것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과감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였다. 1950년대 막 텔레비전이 보급되던 시절, 영화계는 텔레비전을 두려워 했다. 여태껏 유지한 극장 스크린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텔레비전 방송국에 영화 판권을 제공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월트는 생각이 달랐다. 텔레비전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새로운 매체가 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생 방송국인 ABC를 통해 만화 영화를 방영하였다. 그 결과 방송국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디즈니가 확실히 뿌리 잡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도전이 성공적인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었다. 2005년 개장한 홍콩 디즈니 랜드는 분명 실패한 프로젝트였다. 개장 당시 디즈니 측에서 추산한 예상 관람객 인원 수보다 적게 추산되어 수많은 관람객들이 정기권을 끊고도 디즈니 랜드에 입장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현지에 맞지 않는 디즈니 캐릭터의 전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괴리감을 낳았다. 이러한 홍콩 디즈니 랜드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2016년 상하이 디즈니 랜드를 준공할 당시에는 상하이 현지 관람객들이 디즈니를 공감하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그리하여 상하이 디즈니 랜드 메인 스트리트는 현지의 축제들이 열리는 곳으로 곽광받기도 한다.
추가로, 디즈니는 위험을 감수하며 브로드 웨이 무대에 진출하여 '음탕'한 이미지로 여겨졌던 뉴 암스테르담 극장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쇄신하는 기적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도전은 디즈니의 또 다른 정체성이며, '꿈'과 '실행' 사이를 말끔히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어떠한 결과가 나오던, 그 결과로부터 리액션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디즈니의 철학은 오늘날 기업가들에게 '위험 감수'에 대한 훌륭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2. 디즈니의 조직문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산되어야 하는 엔터 업계에서 자유로운 조직문화는 매우 중요하다. 수직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하며, 보수적인 집단 문화 속에서 '창의성'은 말살되기 마련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여러 사례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이에 실리콘밸리에선느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통일하는 시스템, 아메바형 조직, 유연근무제 등의 혁신적인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들의 창의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디즈니는 이러한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일찍히 파악하고 움직였다. 무려 20세기 초반부터 말이다.
- 월트 디즈니의 꿈 휴양소
월트는 '꿈 휴양소' 프로그램을 만들어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꿈 휴양소란 구체적으로 회사를 벗어나 휴양을 즐기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내는 제도를 의미한다. 꿈 휴양소에 대해 타 기업들에서는 그저 '휴가'와 다를 바 없으며 회사가 얻을 이익은 현저히 적다라는 비판을 던졌지만, 월트는 사무실의 자잘한 업무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직원들이 새로운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 일선 직원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기업은 일선 직원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단순 업무를 진행하고, 업무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일선 직원들의 보수를 낮게 산정하거나, 그들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결국, 고객이 기업을 처음 대면하는 것은 일선 고객을 통해 이루어지기 마련임에도 말이다. 월트는 이를 간과하지 않고 '캐스트'들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불어넣었다. 신입 캐스트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트래디션스'라는 체험학습을 통해 디즈니의 조직 문화를 전수했다.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트래디션스를 완화했을 때 드러났다. 트래디션스 일정을 하루 단축시키자, 캐스트들의 고객 서비스 수준이 약화되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직원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자연스레 입증된 것이다.
- 밥 아이거가 불어넣은 위대한 리더십
밥 아이거가 취임한 첫 날, 그가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새로운 조직기구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디즈니 그룹으로 회사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CTO를 임명하지 않고, 각 사업부에 최고기술책임자에 자율성과 막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각자의 꿈과 도전과제, 식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데, 이렇게 구성된 최고기술책임자 '협의체'는 '해커톤'이나 '베스트 오브 디즈니' 등의 연례행사를 개최하며, 회사 내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모이도록 돕는다. 사업이 커질 수록 조직관리를 위해 조직 구조를 단순화,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 문화가 생겨나기 마련이지만, 디즈니는 조직문화를 효과적으로 개편하여 다양한 아이디어가 개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였다.
[3. 파트너십: 라이센스의 적극적 활용]
초기 디즈니는 캐릭터를 만드는 회사였던 만큼, 디즈니가 보유한 IP를 파트너십을 통해 활용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사업을 성장시켜 나갔다. 이는 전략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했으며, 기업의 안정적인 수입원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였다. 디즈니 캐릭터가 의류, 장난감 등에 활용되는 것부터 시작하여 책, 신문 등에서의 디즈니 만화가 연재하는 것까지, 디즈니는 파트너십과 독점 라이센스 계약 체결을 통해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였다.
[4. 공격적인 M&A]
밥 아이거가 디즈니의 수장되어 제 2의 전성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격적인 M&A를 거듭하며, 엔터 산업 내의 경쟁력과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 10년의 암흑기를 깰 단 하나의 방법: PIXAR
밥 아이거 이전 마이클 아이스너 시절 디즈니는 꾸준히 픽사와 협업해왔으나, 그 과정에서 불화가 있었다. 그러던 중, 밥 아이거가 CEO를 맡게 되고, 당시 침체된 디즈니의 영화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픽사의 인수를 계획했다. 디즈니에게는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미, 2005년 당시 디즈니가 내놨던 만화 영화 중 성과를 거둔 작품은 몇 개 없었다. 반면, 픽사는 성공작을 연달아 내놓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디즈니의 브랜드 이미지는 빠르게 강하하고 있었다. 이에, 밥은 픽사를 인수하고자 마음 먹었고, 스티브잡스와 협상을 거듭하고 직접 픽사 본사를 방문하여, 픽사의 비전과 기업 문화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물론, 픽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수많은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우려가 이사회 내부에서도, 월가에서도 난무했지만 밥은 '픽사 수준의 독창성은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혹은 그 시점에 산출 가능한 어떤 결과값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픽사 인수를 통해 디즈니를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밥의 믿음의 핵심에는 바로 '픽사의 사람'이 있었다. '픽사는 디즈니 아래에서도 픽사 다워야 한다'라고 말하며 픽사가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것을 디즈니가 수용하길 바랐다.
- 탁월한 지적 재산권의 소유자: 마블
밥은 픽사 이후, 디즈니의 미래는 '지적재산권(IP)'확보에 있다고 믿고, IP 확보를 통한 고품질 콘텐츠의 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적정한 인수대상으로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뽑았다. 마블은 디즈니의 영화와 콘텐츠와 잘 접목시킬 수 있고, 마블의 강렬한 캐릭터와 스토리는 쉽고 명확했으며, 특히나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당시 마블의 수장 아이크는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는 기업가로 알려져 있었다. 밥의 구애로 결국 협상은 시작되었고 마블의 조직문화와 인적자원, 풍부한 콘텐츠가 디즈니와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점을 피력하며 M&A를 진행했다. 기껏, 캐릭터를 40억 달러에 인수하냐는 세간의 비판에 직면하며, 인수 발표 당시 주가가 3%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MCU가 지닌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스토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 콘텐츠 독점을 위한 경쟁사 인수: 21th FOX
2017년 11월 디즈니가 21th FOX를 인수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당시 미디어 붐이 일어나던 시기라, 넷플릭스, AT&T 등 미디어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디즈니가 4대 영화 제작사로 불리우던 21th FOX를 인수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수많은 경쟁사(컴캐스트, 소니 등)에서 21th FOX의 인수전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전의 결과는 디즈니의 승리였다. 약 58조원에 인수가 진행되었으며, 디즈니는 자사가 지닌 여러 자회사들과 21th FOX 간의 법적 쟁점을 피하고자 21th FOX사의 일부 사업만 인수하였다. 이에 디즈니는 기존에 지닌 탄탄한 콘텐츠에 아바타, 타이타닉, 엑스맨 등의 성인을 타겟한 IP를 소유하게 되었으며, 이로써 엔터 업계 내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인기 있는 캐릭터, 시리즈를 소유하게 되었다.
- 그 외의 인수(ABC, ESPN, 스타워즈 ---)
디즈니의 적극적인 M&A 전략은 미디어 업계의 특성과도 맞물려 있다. 미디어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IP이다. 기업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 IP를 확보함으로써 다차원적이고 각기 다른 고객군을 만들어내야 한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컨텐츠' 제작을 통해 플랫폼의 탄탄한 기반을 다진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디즈니는 태초에 매력적인 IP를 가지고 태어난 기업이다. '꿈', '희망'을 자극하는 동심어린 디즈니만의 캐릭터와 작품들은 분명히 유의미하고 일관성 있는 대중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디즈니가 자신들의 것만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디즈니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대중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그 가치를 적시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생겨난다. 그러한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IP의 진가를 알아보고 적정한 시기에 M&A를 통해 더 많은 후생을 창출하는 것. 그것이 디즈니가 미디어 업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이다.
디즈니는 수많은 기업과의 M&A를 통해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내어놓고 있다. 만화영화, 히어로물, 성인을 위한 레이블 등 미디어의 수요자는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사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염두해두고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
'이것도 디즈니라고?'의 대중 반응은 시청자로 하여금 '디즈니가 이런 것도 할 줄 아네?'의 생각을 만들어낸다. 이는 디즈니가 인수한 수많은 회사들이 '디즈니'라는 타성에 젖어 그 고유 색채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근거가 된다.
[5.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
넷플릭스의 성장은 바야흐로 OTT의 시대를 낳았다. 영화관에 가고, 비디오를 대여해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이 아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TV를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것이다. IT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은 이와 같은 변화는 디즈니에게 'OTT 시장 개척'이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부여하였다.
- 막대한 IP를 바탕으로한 콘텐츠 생태계 구축
2019년 런칭된 디즈니는 1년 반만에 가입자 1억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가 1억 가입자를 모으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디즈니 플러스는 매우 빠른 속도로 OTT 시장을 장악해 나갔음을 알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빠르게 OTT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디즈니가 보유한 풍부한 IP에 있다. 디즈니 애니매이션, MCU, 픽사, 20th FOX 등 디즈니가 보유한 막대한 콘텐츠는 나이, 성별,국적을 넘나들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기존에 넷플릭스 등에 산재되어 있던 디즈니 콘텐츠를 디즈니 플러스에서 독점 제공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존의 '디즈니 팬덤'을 이루던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소비 유인을 제공한다.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시너지는 상당하다. 그 중 대표적으로 '시리즈 연계 감상'이 있다. 디즈니의 작품들은 하나의 키워드 아래로 묶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공주 시리즈'가 대표적이며, 특히 MCU가 내놓은 작품들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 묶음'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모두 제공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보다 편하게 작품을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디즈니 팬덤'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디즈니 측에서는 이를 '소비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 유저들이 각 작품을 어떤 순서대로 감상하는지, 디즈니의 구작과 신작은 어떤 비율로 소비되는 지를 추출하여 디즈니 IP 간의 연계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 디즈니 플러스를 통한 디즈니 시리즈의 전개
OTT는 보통 후발 주자로서의 기능을 한다. 즉, 영화관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난 후 OTT에서 라이센스를 구매하여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영화를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디즈니는 이러한 영화관 - OTT의 관계를 무너뜨리며 OTT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
2019년, MCU의 4번째 이야기인 '페이즈4'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영화관을 통해 처음 제공하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먼저 OTT에서 작품을 공개한 뒤, 이를 영화로 배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디즈니의 이러한 움직임이 강화된다면, 우리는 디즈니 작품을 보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해야 한다. 이것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과는 다른 결의 접근이다. 디즈니는 대중들에게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의 영화적 상징이자, 아이콘이며, 전연령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영화관, TV를 통해 제공하던 디즈니 콘텐츠가 OTT 중심으로 개편된다는 사실은 전체 영화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 디즈니 플러스를 통한 부가 가치의 창출
디즈니는 단순히 비디오 콘텐츠만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다. 실제로 디즈니 전체 수익 중 영화 판매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심지어 디즈니 플러스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견인하는 이유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디즈니 리조트, 디즈니 랜드, 디즈니 상품 등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디즈니 플러스를 분석할 때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가 가지는 재무적 위험"보다 "놀이공원, 리조트 등 각 사업부를 연결하고 이에 관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교차 판매를 통한 이익 확보"에 중점을 두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디즈니는 타 OTT와는 다르게 오프라인 시장에서 훨씬 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의 시너지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디즈니 플러스가 극복해야할 과제들
위에서 언급했듯, 디즈니 플러스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그 자체보다 디즈니가 오프라인 엔터 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부와의 협업을 위한 수단으로서 이해되어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디즈니 플러스를 하나의 OTT로서 평가하게 된다. 하나의 OTT만으로 봤을 때 디즈니는 경쟁사인 넷플릭스에 비해 여러 부분에 뒤쳐진다. 우선 다소 불편한 UX는 온라인 플랫폼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하고 직관적인 단점이다. 데이터 기반 영상 추천 및 시청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넷플릭스에 비해, 디즈니 플러스는 UX 부분에서 앱의 완성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외에도, 디즈니 콘텐츠가 국가별로 고르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 논란이 된 바 있으며, 또한 디즈니라는 브랜드로 인하여, 오리지널 콘텐츠가 새롭거나 혁신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대중들의 낮은 기대도 디즈니가 OTT로서 여전히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6. 콘텐츠 제국의 미래]
디즈니는 '꿈'을 상징하는 기업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다양한 콘텐츠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거대 콘텐츠 제국으로 성장하였다. 디즈니는 사업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마다, 다양한 사업전략(파트너십, M&A)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한 차례 더 성장했다. 디즈니는 애니매이션을 만드는 기업이기에 미적 관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쉬우나, 동시에 경영전략의 관점에서도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며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구사해왔다. 그 안에는 조직을 존중하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깔려있으며, 늘상 '꿈꾸고 도전하라'는 월트의 명령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콘텐츠의 미래를 디즈니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즈니의 영향력은 날로 커져갈 것인데, 그 속에서 월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꿈'이라는 가치가 앞으로도 여전하길 바란다.